[칼럼]광주·서부권은 미래, 동부권은 전환? 김영록 구상에 드리운 불균형의 그림자

제철·석유화학 불황의 한복판에 선 전남동부권,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동부권에 RE100을 정책으로 확정하지 않는 통합은 결국 ‘성장 집중·위기 분산’ 구조를 고착화할 뿐이다

이동구 선임기자 | 기사입력 2026/02/10 [09:11]

[칼럼]광주·서부권은 미래, 동부권은 전환? 김영록 구상에 드리운 불균형의 그림자

제철·석유화학 불황의 한복판에 선 전남동부권,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동부권에 RE100을 정책으로 확정하지 않는 통합은 결국 ‘성장 집중·위기 분산’ 구조를 고착화할 뿐이다

이동구 선임기자 | 입력 : 2026/02/10 [09:11]

[국민톡톡TV=이동구 선임기자] 전남동부권 RE100, ‘구상’이 아닌 ‘정책 확정’이 필요하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발표한 ‘광주·전남특별시 450조 원 투자유치 구상’은 숫자만 놓고 보면 거대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전남 동부권 주민들이 그동안 우려해 온 시나리오가 현실로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통합 전제 아래 미래 핵심 산업은 광주와 전남 서부권에 배치되고, 동부권은 기존 석유화학·철강 산업의 연장선에서 구조조정을 감내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동구 NBN CURRENT TV 대표

 

실제 김 지사의 발표를 권역별로 보면 서부권에는 재생에너지 산업과 반도체 팹, 항공산업이, 광주권에는 반도체 패키징과 첨단 융복합산업 콤플렉스가 전면에 배치됐다. 반면 동부권은 석유화학·철강과 연계한 로봇산업(피지컬 AI), 수소환원제철, 이차전지, 반도체 팹 등 ‘기존 산업 전환형’ 산업으로 묶였다. 이는 말이 전환이지,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 축에서 한 발 비켜난 배치”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기다. 전남 동부권은 지금 제철·석유화학 산업의 장기 불황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탄소 규제와 글로벌 산업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권에 필요한 것은 ‘기존 산업과의 연계’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명확한 미래 산업 전환의 깃발이다. 그 중심에 RE100이 있다.

 

동부권은 이미 순천시를 중심으로 RE100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전담 조직을 꾸리고, 산업단지·분산에너지 특구·첨단 제조업 유치를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RE100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생산 정책이 아니다. 글로벌 수출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반도체·이차전지·AI·데이터센터 같은 첨단산업을 끌어들이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이다. RE100 없는 동부권 첨단산업 유치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김영록 지사가 과거 “동부권에도 RE100 기반 첨단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해 온 입장과, 이번 발표에서 드러난 권역별 구상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동부권 주민과 정치권이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다. 통합시가 출범하면 행정·산업의 중심축이 광주·서부권으로 쏠릴 것이라는 오래된 예상이 이번 발표를 통해 더욱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는 도정만의 판단에 맡겨둘 사안이 아니다. 전남 동부권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산업계가 한목소리로 RE100 유치를 요구하는 강력한 공동 의지 표명에 나설 시점이다. 동부권의 미래 산업 전환은 선택적 요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더 이상 개별 지자체나 일부 행정 조직의 노력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지역 정치권은 당적과 선거 이해를 넘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하고, 시민단체 역시 산업 전환과 일자리 문제를 지역의 최우선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정책 확정이다. 전남 동부권을 ‘기존 산업 전환 지역’이 아니라 ‘RE100 기반 첨단제조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부권 정치권과 시민단체, 산업계가 연대해 도정과 정부를 상대로 분명한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 도 차원의 명확한 정책 방향 설정과 함께, 중앙정부를 향한 제도적·재정적 지원 요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동부권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남 동부권은 더 이상 버티는 지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RE100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김영록 도지사는 동부권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직시하고, RE100 유치를 동부권 핵심 전략으로 정책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동시에 동부권 정치권과 시민사회 역시 지역의 미래를 걸고 RE100 유치에 대한 분명하고 단호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광주·전남 통합 논의가 특정 권역의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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