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물류 리더스 아카데미가 던진 질문…여수·광양항,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준비하는가?글로벌 리스크 확산 속 ‘항만+AI+에너지’ 전략, 여수광양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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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광양항만공사(사장 직무대행 황학범, YGPA)는 지난 16일, 제3기 항만물류 리더스 아카데미(이하 ‘리더스 아카데미’) 6회차 특강으로 항만물류 분야 미래 전략인 전남권 AI 데이터센터 유치와 항만 기반 신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 여수광양항만공사 |
로벌 공급망 불안, 에너지 위기, 디지털 전환 가속화라는 삼중의 구조 변화 속에서 항만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더 이상 ‘화물을 처리하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데이터·산업이 융합되는 복합 전략 거점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여수·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전남권이 AI 데이터센터와 항만 기반 신산업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여수광양항만공사(YGPA)가 운영 중인 제3기 항만물류 리더스 아카데미 전반에 일관되게 관통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리더스 아카데미에서는 글로벌 물류 환경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에너지 전환과 항만의 대응 전략, 북극항로와 신항만 경쟁력, 항만과 배후산업의 고도화 방안 등이 단계적으로 다뤄져 왔다. 제6회차 특강으로 진행된 ‘전남권 AI 데이터센터 최적 입지’ 논의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자, 항만의 미래 기능을 구체화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특강에서 영남대학교 고용기 교수는 AI·클라우드·빅데이터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이라는 거시적 흐름을 전제로, 국내 데이터센터 입지 구조의 한계를 짚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4분의 3 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전력 수급 부담, 부지 확보 한계,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인해 수도권 중심 구조는 사실상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분산 정책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전제로 한다.
고 교수는 “이제 데이터센터 입지는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륙이냐 해안·항만이냐’의 선택 문제로 넘어왔다”고 분석했다. 이 지점에서 여수·광양항을 포함한 전남권 항만 지역이 갖는 조건은 전략적으로 주목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여수·광양항 일대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으며,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연계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항만 배후부지를 활용한 대규모 연속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향후 국제 해저케이블 유치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데이터 흐름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냉각 문제’는 여수·광양항의 전략적 강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요소다. 해수 냉각, LNG 냉열 활용, 공업용수 공급이 동시에 가능한 복합 냉각 인프라는 국내에서도 드문 조건으로, 전력 사용 효율(PUE)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 ESG 기준을 충족하는 데도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리더스 아카데미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실제 유치가 가능한 시점은 언제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수도권의 포화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며, 분산은 시간문제”라며 “문제는 준비된 지역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반영과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부터 항만·지자체·공공기관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다.
YGPA 역시 이러한 인식 아래 항만의 기능 확장과 미래 산업 연계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단순 물동량 확대 중심의 항만 전략에서 벗어나, 에너지·디지털·친환경 산업과 결합한 고부가가치 항만 모델로 전환하지 않으면 글로벌 항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황학범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항만이 물류를 넘어 디지털·에너지 산업과 결합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항만을 중심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유치 논의는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국가 전략, 균형발전, 산업 구조 전환과 맞닿아 있는 과제다.
전문가들은 여수·광양항의 잠재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정책과의 정합성 확보 △전력·냉각·통신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 △지자체 간 역할 분담과 협력 △주민 수용성 확보와 지역 환원 모델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항만을 둘러싼 미래 전략은 결국 ‘준비된 선택지’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논의가 단순한 담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수·광양항을 둘러싼 AI 데이터센터 논의는 항만의 미래, 전남 산업 구조의 전환, 국가 균형발전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글로벌 리스크 확산 시대, 항만은 이제 물류를 넘어 ‘국가 전략 인프라’로 다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