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기한 없는 제소전화해, 판결 같아 보여도 강제집행은 막힌다”‘판결과 동일한 효력’의 함정…이행기 빠진 제소전화해, 집행문 단계서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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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 |
[국민톡톡TV=이동구 선임기자] 제소전화해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설명만 믿고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정작 강제집행 단계에서 집행문 부여가 거부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행기(기한)가 특정되지 않은 이른바 ‘기한 없는 약속’ 형태의 제소전화해는 형식상 승소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13일 “제소전화해조서는 집행권원이므로, 법원은 집행문을 부여하는 단계에서 이미 강제집행이 가능한 채무인지 형식적으로 심사한다”며 “이때 가장 핵심적으로 보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행기의 도래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서에 이행기나 도래 조건이 명확히 적혀 있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라는 말은 집행 단계에서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문제 유형은 “임차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다”,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지급한다”는 식의 포괄적 문구만 기재한 경우다. 당사자와 목적물, 채무 내용은 특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까지’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빠져 있다. 민법상으로는 기한이 없는 채무라 하더라도 채권자가 언제든 이행을 청구할 수 있지만, 강제집행 단계에서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엄 변호사는 “민법상 ‘기한 없는 채무’ 이론은 권리관계의 존부를 설명하는 개념이고, 집행문 부여 단계는 ‘지금 당장 집행해도 되는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라며 “집행법원은 외부 사정이나 해석을 전제로 할 수 없고, 오로지 집행권원 문구 자체만으로 이행기 도래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제소전화해조서에 날짜나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집행문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세금 반환, 명도, 연체차임 정산 등을 한 장의 제소전화해조서로 정리할 때 더욱 복잡해진다. 각 채무는 서로 연동돼 있으면서도 이행 시점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퇴거하기로 한다”,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연체차임은 ○○원으로 한다”는 식의 간략한 표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추후 어느 채무를 언제 집행할 수 있는지 불명확해진다.
엄 변호사는 “가장 안전한 방식은 채무별로 이행기와 조건을 분리해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라며 “명도는 특정일까지, 보증금은 인도 완료와 동시에, 연체차임은 별도의 지급기한과 지연손해금 조항을 두는 식으로 각각 독립된 집행 대상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임대차계약 해지 여부가 쟁점인 경우에는 해지일이나 종료일을 먼저 명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명도와 보증금 지급 시점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잘만 작성하면 소송 한 번으로 분쟁을 완전히 정리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지만, 문장 하나에서 ‘언제까지’가 빠지면 집행권원으로서의 힘이 급격히 약해진다”며 “특히 여러 채무를 한 번에 정리하는 합의일수록, 초안 단계부터 강제집행까지를 염두에 두고 기한과 조건을 집요하게 설계해야 진짜 분쟁 종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