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선 국경도, 신분도 없었다...영암 삼호의 '유쾌한 반란'[현장] 2025 영암 삼호 달빛축제 성료...'이주민과 선주민' 경계 허문 식탁, 그리고 과제
삭막한 회색빛 공단 도시로만 여겨지던 영암군 삼호읍이 지난 21일 밤, 거대한 '달빛 댄스홀'로 변신했다. 영암군(군수 우승희)이 주최한 ‘2025 영암 삼호 달빛축제’ 현장이다.
이날 대불주거로 일대에는 2,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숫자보다 놀라운 것은 그 구성이었다. 작업복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와 유모차를 끈 지역 주민, 그리고 백발의 어르신들이 '레트로 디스코'라는 묘한 공통분모 위에서 섞여 들었다.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다문화 공존의 가능성을 실험한 무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탁 외교', 백 마디 구호보다 강했다 삼호읍은 거대한 크레인이 숲을 이루는 대불산단의 배후 도시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공존하지만, 심리적 거리감인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존재했던 곳이기도 하다. 우승희 영암군수가 이번 축제를 "다문화 화합의 플랫폼"이라 정의한 배경이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나왔다. 바로 '밥상'이다.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중국, 베트남 등 4개국 주민들이 직접 걷어붙이고 나선 '가정식 시식 부스'는 낯선 경계심을 허무는 '치트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향신료 냄새에 이끌려 외국인 부스를 찾은 한국 토박이 할머니, 그리고 한국여성소비자협회가 건넨 김밥을 맛보는 외국인 청년의 모습은 그 자체로 '탄수화물 대통합'이라 부를 만했다. 거창한 선언문보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훨씬 효과적임을 증명한 셈이다.
디스코 추는 시민, 땀 흘리는 경찰... '안전'이 만든 축제 현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부조화 속의 조화'였다. 무대에서는 댄싱머신 선발대회와 라인댄스가 펼쳐지며 흥이 폭발했지만, 행사장 외곽은 영암소방서와 경찰서, 자율방범대가 철통같이 지켰다.
자칫 통제 불능으로 흐를 수 있는 야간 축제에서, 제복 입은 이들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참가자들에게 '마음 놓고 놀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전판이 되어주었다. 지역 상권 역시 모처럼 활기를 띠며 '경제 축제'로서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관 주도' 넘어서야 진짜 축제... 지속가능성은 숙제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역대 최대 성과지만, '메가 히트'라 부르기엔 아직 배가 고프다. 여전히 관(영암군)이 판을 깔고 민이 참여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의 한계도 엿보인다.
진정한 지역 축제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기획력을 넘어, 주민들 스스로 "오늘 밤 한바탕 놀아보자"며 판을 벌이는 자생력이 필수적이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축제의 기억이 삼호읍 재방문과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는 '지속성' 확보도 우승희 군수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이번 달빛축제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달빛은 비자(Visa)를 검사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춘다는 사실이다. 영암군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축제를 관광·소비형 야간축제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삼호의 밤이 단순한 유흥을 넘어, 진정한 '상생의 밤'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국민톡톡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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