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관계 아니어도 유류분반환청구 가능?대습상속권이 있는 며느리와 손주도 유류분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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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구 선임기자가 아니어도 상속권자가 될 수 있어 법률적인 상속 관계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4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상속절차에서는 시부모 또는 조부모가 사망한다고 해서 며느리나 손주에게 상속권이 생기지 않는다. 상속권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에 이뤄지는 재산상 권리로 며느리나 손주는 상속 순위에조차 들지 못하기 때문.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남편이 시부모보다 먼저 사망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결혼한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한다면 사망한 자녀의 배우자와 손주에겐 대습상속권이 발생하게 된다. 대습상속권이란 상속이 개시되기 전 예비 상속인이 될 사람이 사망한다면 그의 배우자나 자녀에게 대신 상속권이 생긴다는 의미다.
엄 변호사는 “미래에 상속인이 될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다면 추후 생기게 되는 상속권은 없어지는 게 아닌 며느리와 손주에게 대습이 된다”며 “따라서 사망한 자녀의 형제 입장에서는 추후 자신의 부모가 사망했을 때 사망한 형제의 배우자와 조카에게도 상속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속지분이나 유류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형제 역시 부모와 마찬가지로 피를 나눈 혈연관계지만 서로 간 상속권에서는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형이나 누나가 사망한다고 해서 동생에게 그 재산이 상속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서로 간 상속 관계가 어려울 뿐 형제간 상속권 성립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물론 형제간 상속권이 성립되려면 전제 조건이 간단치만은 않다. 가령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상황에서 형제만 남았는데 미혼인 형제가 사망한다면 나머지 형제에게 상속권이 발생하게 된다.
엄 변호사는 “형제간 상속권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형제가 결혼한 순간부터 형제간 상속권은 상실된다”며 “반면 부모는 형제와 달리 결혼은 했지만 사망한 자녀에게 아이, 다시 말해 손주가 없다면 여전히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점이 형제와는 다른 차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법률상 문제가 없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지만 자녀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 상태라면 상속권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와는 다르게 사람에게만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 문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를 사람으로 볼 수 있는냐는 점이다.
이에 관해 민법에는 ‘태아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1000조 제3항에는 ‘태아는 상속 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 즉 생물학적으로는 아직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니지만, 법률상으로는 태어난 존재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엄 변호사는 “자녀가 태아인 상태에서 아버지가 사망한다면 엄마와 태아는 법률상 공동상속인이 된다”면서 “다만 실질적인 법률상 권리는 태아가 아닌 태어난 직후 적용되기 때문에 만약 유산이 된다면 태아의 상속권은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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